일상의 흔적들...

나와 아이들을 반겨준 천사같은 대모님 가족

모닝뷰 2012. 9. 19. 16:56

 

이번 한국방문 때 저와 아이들을 무한한 애정으로 반겨준 대모님 가족....

한국에 살때 같은 성당을 다녔고 자주 어울리면서 친분을 쌓았던 분들이랍니다.

 미국에 와서 처음 몇년은 전화와 이메일로 소통하면서 관계가 지속됐지만

최근 2년간은 연락도 없이 각자 바쁘게 지냈는데 제 입장에선 오래 연락을

안하다 보니 미안함에 자꾸만 회피한 것이 이유였지 않나 싶습니다.

 

친정오빠와 초등학교 동창인 형일오빠....카센타를 운영하는 지금은 훌륭한 가장이지만

어렸을 땐 우리 오빠를 괴롭히고 돈까지 빼앗아가는 ....그래서 친정어머니는 여전히

안좋은 기억을 갖고 계셨답니다.  

두분의 딸인 민지가 아빠발톱에 패디규어를 해주었네요.

 

제가 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결혼 1년 전쯤 오빠네 가족을 이 성당에서

만났답니다. 처음 형일오빠를 성당에서 만나서 한 말이 '오빠, 어릴 때 우리오빠를

왜 그렇게 괴롭혔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형일 오빠도 그땐 철이 없었는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제 남편과 함께 식사와 술도 마시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결혼식 때 저 힘들게 하지 말라면서

걱정을 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납니다. 정말 친오빠처럼 저를 걱정해줘서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답니다.  '지나아빠가 안와서 섭섭하다. 정말 보고 싶은데....'

'다음엔 꼭 같이와...'

 

토요일 어린이 미사를 마치고 성당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한 찹쌀떡을 먹고 있네요.

형일 오빠네 가족들과 함께 미사도 보러 다니고 식사도 함께 하다보니

7년 전 결혼할 무렵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떠오르더군요.

 

성당 앞 놀이터.....한국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워 하던 지나와 혜나는 단 2주만이었지만

우리말이 정말 눈에 띄게 늘었답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아이들에게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미국애들이 왔는데 배운 영어를 좀 써봐라. 영어유치원에 투자한 돈이 얼만데 Hello 밖에 할 줄 모르냐.....'

그 분 목소리엔 간절함이 담겨있었는데 저는 웃겨서 아주 살짝 웃었답니다.

 

일요일, 엄마 병간호 한다고 관광지도 못가보니 답답할 것 같다면서 바다를 보러 가자고

형일오빠 부부가 얘기하더군요.  쌈밥을 맛있게 먹고 해운대 쪽으로 가는데 제가 막 졸고 있으니

좀더 가까운 다대포 쪽으로 갔답니다.

 

바닷가 옆 아파트 단지 앞에 분수대가 물어 뿜어내는데 이날 상당히 더워서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신나는 시간을 보냈구요.

 

태풍 '볼라벤'이 오기 이틀 전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대모님과 형일오빠네 가게와 댁이 있는 곳으로 간 날,

대모님이 저희를 마중나오셨는데 저와 아이들이 들어가고 나서 마지막으로 들어오시던 대모님이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에 유리문이 닫히면서 발 뒤꿈치 아킬레스건이 80%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셨답니다.

엄마가 입원하신 병원에 대모님도 입원하셔서 두분을 같이 면회했었네요.

 

 

다대포 다녀와서 병원 휴게실에서 햄버거를 먹는 아이들....

 

천사같은 대모님 하시는 말씀이 '제가 다치길 천만다행이지요. 애들이나 OO씨가 다쳤으면 어머니 병간호도

제대로 못하고 더 힘드실 뻔 했잖아요.

 

퇴원 후 한달 이상 깁스를 해야 하고 많이 불편하실 텐데도 저와 아이들 걱정을 정말 많이 해주셨답니다.

 

두분께 받은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물질적인 것도 크지만 정말 걱정해시고 아껴주시는 그 맘이

전해져서 이 두분과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야속할 정도였습니다.

오빠와 대모님께 물었습니다. '아니 왜 저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는 거에요?' 했더니

'자주 오지도 못하는데 그동안 못해준 거 다 해주고 싶고 해주고도 정말 기쁘고 기분이 좋아서

해주는 거다. 그러니 부담갖지 마라.'

 

한국을 떠나기 전날 밤, 형일 오빠가 전화해서 그러네요.

'택시 타지 말고 내일 아침 태우러 갈테니 기다려다. 공항까지 데려다 줄께.'

'짐도 많은데 애들하고 택시 타려면 힘드니까.....' 그러시네요.

오빠 덕분에 공항까지 편하게 왔답니다.

 

하느님은 천사 두분을 저한테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