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에 우리 애들이 수영장에서 하는 말을 듣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느냐면서
말을 걸어온 미국 소녀가 있었답니다.
가끔 한국에서 살다온 미국 아이들이 한국어를 말하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이 소녀처럼 한국에서 살지 않았는데도 한국어를 쓸 줄 알고 또박또박 말하는 걸
본 것은 처음있는 일이랍니다.
14살의 세라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살고 있는데 방학을 맞아 이곳 샌디에고 친척집에 방문했답니다.
세라가 다니는 중학교에 한국 친구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한국 친구들로 부터
2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우리 아이들을 이뻐하고 자주 놀이터에 데려가서 놀아줘서 우리 애들이 엄청 좋아하고 잘 따른답니다.
8월 14일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돌아간다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네요.
큰딸 지나는 세라가 떠난다고 엄청 울고 그 후 몇일 동안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답니다.
혜나한테 '아기'라고 부르면서 귀엽다는 말을 많이 해서 세라가 떠난 뒤에
혜나는 아기처럼 행동하기도 했었구요.
세라가 떠나기 전날 밤, 지나가 그린 그림과 제 블로그 주소를 적어주고
애들 위해 사둔 한국과자를 넣어서 문앞에 걸어뒀답니다.
다음 날 아침, 세라가 공항으로 가기 전에 저희집 문앞에 편지를 넣은 종이가방을
걸어놓고 갔네요. 말은 곧잘 했지만 쓰는 건 잘 쓰는지 궁금해서
지난 번에 봤을 때 세라가 쓴 한글을 보여줄 수 있냐고 했었거든요.
한국인 친구들이 지어 준 이름이 '최은아' 라고 하네요.
뒷면에 지나와 혜나, 세라를 그려놓고 '사랑해요, 미안해' 라고 썼네요.
세라가 좋아하는 K-pop을 듣고 직접 쓴 가사라고 하네요.
한국 음악을 듣고 쓴 가사를 보니 한국어 2년 배운 사람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또박또박 잘 쓴 것 같아요.
틀린 글자가 거의 없었는데 어린 소녀가 이만큼 한국어에 애정을 가지고
공부한다는 게 기특하기만 합니다.
한국 음악, 음식, 문화 전반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소망도 가지고 있더군요.
세라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고 겨울 방학 때 이곳에 오면 다시 만나고 싶네요.
세라....겨울 방학 때 다시 오면 그땐 한국어가 더 많이 늘었겠지.
건강하게 학교 생활 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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