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America

죽은 갈매기를 지켜주는 갈매기

모닝뷰 2012. 7. 23. 16:12

 

오늘( 2012. 7. 22) 오전 컴퓨터 방 창문을 열어 환기 시키다가 시끄러운 갈매기떼

소리가 들려서 도로쪽을 보니 갈매기 두마리가 뭔가를 먹으려고 몰려 있는데

자세히 보니 죽은 갈매기 사체였어요.

 

한 소년이 나타나서 갈매기 두마리를 쫓아내고 있는 걸 본 다음 카메라를 들고

빨리 내려가서 살펴봤답니다.

좀 전에 죽은 갈매기를 먹으려는 갈매기 두마리는 모두 흰색이었는데 옆에 지키고 있던 갈매기는

죽은 갈매기와 같은 색인 갈색 갈매기였답니다.

 

도로에서 죽을 걸로 봐선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습니다.

 

일요일 오전이라 차랑의 이동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5분에 한대 정도 지나갔었는데

지나가던 차가 갈매기를 보자 피하라며 경적을 울립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갈매기가 놀라서 조금 멀리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다시 죽은 갈매기 옆으로 와서 서성입니다.

 

다시 죽은 갈매기 근처에 앉습니다.

죽은 갈매기 보다 몸집이 좀 작은 갈매기 였는데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 갈매기들입니다.

갈매기는 알에서 깨서 27개월 정도 되면 갈색털이 흰색 털로 완전히 변한다고 합니다.

 

형제나 자매일까요? 아님 조금 일찍 부부의 인연을 맺은 부부 갈매기 일까요?

쳐다보는 눈빛이 참 애처롭습니다.

 

죽은 갈매기를 지키는 이 갈매기가 도로에 앉아 있었기에 저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다가오는 차를

향해 조심해서 지나가 달라고 부탁을 했고 모두들 '알겠다.안타까운 현장이다.' 이러면서

갈매기의 사고현장을 조심해서 지나갔습니다.

 

아직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요.

 

천천히 다가가서 꾸르르 꾸르르 소리를 내는데 꼭 우는 소리 같습니다.

 

 

주변 다른 갈매기들의 소리를 듣고는 걱정이 되는가 봅니다.

 

위기를 느낀 듯 죽은 갈매기 옆으로 바짝 다가갑니다.

 

다른 어른 갈매기들이 죽은 갈매기를 먹을까봐 죽었다는 걸 알지만

사체만이라도 온전히 지켜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먹잇감을 발견한 갈매기들의 울음소리는 자주 들어서 알고 있는데 꼭 동료들을 부르는 듯한

큰소리를 낸답니다. 지붕위에 앉아있는 이 어른 갈매기가 큰 소리를 냅니다.

 

죽은 갈매기 주변을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맴돕니다.

 

 

반대쪽 지붕위에도 다른 어른 갈매기가 죽은 갈매기를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갈매기의 안타까운 모습에 순간 어찌해야 할지 저도 판단이 잘 서지 않았습니다.

 

지붕위에 있던 갈매기가 내려와서 죽은 갈매기 옆으로 다가가자 갈색 갈매기가

큰 소리로 울면서 어른 갈매기를 향해 다가가지 못하게 합니다.

 

이때 아침에 집 창가로 이 상황을 처음 봤을 때 어른 갈매기들은 쫓아낸 소년이 고모와 함께

현장으로 나왔습니다. 좀 작은 듯한 삽으로 갈매기 사체를 들어 올려서 쓰레기 통에넣을 거라고 합니다.

살아있는 갈매기를 향해 네 형제를 다른 갈매기의 먹이가 되지 않게 해줄게 하면서....

 

저도 그게 최선이라 생각은 했지만 남의집 쓰레기통에 넣으면 주인이 좋아할리 없고

그리고 동료 갈매기가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몇번의 실패끝에 갈매기 사체를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죽은 갈매기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잘 가라고 하더군요.

 

이게 이 갈매기가 원했던 것 같습니다. 어른 갈매기들은 이 상황을 보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고

죽은 갈매기가 다른 새들의 먹잇감이 되는 걸 원치 않았던 이 갈매기는 그제서야 이곳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갈매기의 사체를 처리한 소년의 고모가 동물 구조센터로 연락해서 죽은 갈매기는

쓰레기통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부부였을까요? 아님 우애 깊었던 형제나 자매?

둘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사랑하던 가족이었던 것은 분명할테니까요.

동물도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슬퍼하고 우는 모습을 보니

많은 생각에 잠기는 하루였습니다.

 

이 갈매기도 사랑했던 갈매기가 죽은 뒤에 더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아쉬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가족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더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