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들...

쓰레기통 옆에 알 낳은 비둘기

모닝뷰 2011. 7. 17. 17:49

 7월 13일 큰아이 피검사와 작은아이 예방접종 때문에 병원 약속이 있었어요.

큰아이 피검사를 끝내고 작은아이 진찰을 하던 의사선생님이 둘째도 피검사를 해보라

하셔서 피검사를 했는데 첫째는 정상인데 둘째아이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다며 다시

검사할 것을 권하셨어요.손끝에서 뽑은 피가 너무 적어서 일 수 있다 하시며....

다시 둘째 팔에서 제법 많은 피를 뽑고 병실을 나서는데 결과는 4시간 쯤 후에 나오는데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배고프다 해서 식당에 가서 밥 먹이고 나오는데 식당앞 쓰레기통 옆에서

비둘기가 웅크린채 앉아있는 겁니다.

어디가 아픈가 해서 자세히 보니 작은 알 하나가 어미 품속에서 밖으로 나와 있더군요.

우리 애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수컷으로 보이는 비둘기가 입에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내려 앉습니다.

 

항상 새 쫓으로 다니던 아이들 앞에 새 두마리가 도망도 안가고 있으니 아이들은 신기한듯

계속 비둘기 옆에서 머무르고 비둘기 부부는 약간 경계하는 듯이 보여서 사진을 한장 찍고

얼른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답니다.

알을 지키는 비둘기 부부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였지요.

둘째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안좋은 소식을 듣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비둘기 부부를 보니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맘은 새나 사람이나 다를바 없다 여겨지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맘이 간절해지던 그 순간에 본 비둘기 한쌍의

둥지 지키기가 예사롭기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둘기가 알을 낳은 이곳은 병원 식당 앞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면 맥도날드가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게다가 식당앞에 놓인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식사 후 남긴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바로 그 옆에 

알을 낳았으니 비둘기가 꽤 괜찮은 장소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가를 고른 것은 좀 실수가 아닐까 하지만 그만큼

사람을 믿기 때문일거란 생각도 드네요.

 

4시간 후 둘째 피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간호사가 결과를 알려줬답니다.

불안에 떨었던 그 시간이 참 길게 늦겨졌는데 괜찮다 하니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답니다.

 

다음 날, 비둘기가 알을 잘 품고 있는지 혹 누군가 해꼬지라도 하지 않았는지 걱정되어

다시 한 번 더 찾아갔답니다.

 

수컷은 보이지 않고 암컷 혼자서 여전히 알을 품고 있는데 어제 보이던 알은 다시 품속에

품었는지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 없으나 여전히 다른 알들은 품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함께 지켜보던 둘째 딸 혜나가 비둘기를 향해 손을 흔들며 " 새야, 안녕!" 이럽니다.

저도 맘속으로 비둘기가 알을 잘 지켜내길 바라면서 돌아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