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들...

감자탕을 너무도 사랑한 남편...

모닝뷰 2008. 10. 4. 16:38

전에 결혼식 에피소드 '총각증명서 가져와봐' 에 이은 2탄입니다.

 

제 남편은 한국음식을 정말로 너무 좋아합니다. 가끔 남편의 친구들이 남편에게

땀 흘리면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주로 전골, 감자탕, 해물탕, 족발,보쌈 등인데 주로

국물이 들어간 얼큰한 요리...그냥 전체적으로 못 먹는게 없을 정도입니다.

(번데기만 빼고요.)

 

결혼 전 남편은 서울, 저는 부산에 살았는데 하루는 전화가 와서 중국집에

자장면을 대신 주문해 달라고 합니다.

해물탕이나 감자탕을 배달시키면 꼭 2인분이 온다는 겁니다. 자기는 분명

1명만(1인분만) 주세요. 라고 했는데...하며

자장면도 2인분이 올까 걱정이 된다며....제가 웃으면서 감자탕이나 해물탕은

2인분이 기본이라 그런거라며 설명해주고 부산에서 서울에 있는 중국집에

자장면을 주문해 주었습니다.

 

결혼식 전날 피로연 때 입을 신랑 양복을 찾아 집으로 가는 길에 감자탕 집을

본 남편이 먹고 가자고 합니다. 근데 이집 감자탕이 제 입에 별로 맞지 않아서

저는 그저 국물 몇 숟갈만 뜨고 이사람이 2인분의 감자탕을 다 먹었습니다.

친정으로 돌아온 우리는 그날 밤부터 심한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습니다.

2월에 먹은 감자탕이 식중독을 일으키리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엄마와 함께 자던 저는 극진한 간호 덕분에 새벽이 오기 전에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상한 감자탕 2인분을 다 먹은 남편은 결혼미사 전까지 1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들락날락 했어요. 성당 혼인미사가 보통 1시간이 넘는데 미사 중 신랑의 얼굴을

슬쩍 보니 얼굴에 흐르는 땀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드디어 혼인 선언문(?) 낭독 시간....

'나 신랑(       ) 는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괄호에 넣고 읽어야 하는데,

너무 긴장한 이사람 '나 신랑 괄호는....' 하면서 그냥 그대로 읽은 것입니다.

저는 다음에 제가 읽을 내용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못들었는데 신부님께서 갑자기

큭큭...하시면서 웃음을 억지로 참으시는 거였습니다.  상황을 이해한 사람들도

그 때부터 따라웃고....자신의 실수를 모르는 신랑은 사람들이 그저 자신의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런지 알고 더 긴장하면서 읽고....

 

결혼식 끝나고 주례를 보셨던 보좌 신부님께서 저한테 물어보십니다.

비비아나, 괄호 그런 건 왜 가르쳐 줬어요. 웃음 참느라고 혼났어요.그러시는 겁니다.

아니요. 신부님. 저 그런 거 가르쳐 준 적 없는데 그리고 당연히 괄호안에 자신의 이름

넣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아마도 감자탕 때문에 신경이 다른데 가있어서 그랬을 거에요.라고...

 

그 일로 다시는 감자탕을 먹지 않겠다고 공언한 신랑이 2주후 다시 감자탕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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