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들...

총각 증명서 가져와봐!

모닝뷰 2008. 7. 14. 16:41

오늘 고민방에 올리신 어떤님의 글에서 시어머니 되실분이 호적등본 요구하셔서

기분나빴다는 얘기에 제가 결혼할 때가 생각나서 써봅니다.

 

저와 남편은 서른이 넘어서 결혼했는데 남편은 37살이나 돼서 친정 식구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특히 엄마가..... 멀쩡하게 생겼는데 아직 장가를  안갔다니

못믿겠다. 결혼을 한 번 한게 아니냐? 혹 숨겨놓은 자식이 있는 건 아니냐?

하구요. 너무 걱정을 하시기에 남편에게 솔직히 물어봤는데...아니요, 저는 총각입니다.

라고서툰 한국말로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믿기로 했는데...

 

제가 다니던 성당 주임신부님께서 못믿겠다시며 총각증명서를 떼어 오라는 겁니다.

'신부님, 그런 증명서도 있나요?' 하고 질문하자, 이탈리아에는 그런 거 있더라 하시며

미국인데 그런게 없겠냐시며 그거 안가져오면 결혼 허락 못한다 하시는 겁니다.

그때 지금의 남편이 신부님앞에서 '아이고, 신부님 제발 믿어주세요. 저는 총각입니다.를

외쳤지만 신부님은 표정하나 안변하셨죠.

 

그리고 미국에 계신 지금의 시어머니께 급히 전화해서 한국의 호적등본에 해당하는

서류를 3일만에 보내셔서  신부님께 보여 드리니....그래도 못믿겠다. 하셨어요.

어떻게 하면 믿으실 수 있냐고 얘기하자, 미국에 계신 어머니의 친필 확인서를 봐야

믿겠다 하셨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3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 보낸 편지였어요.

신부님께 바로 보여드렸는데 신부님께서 그냥 봉투를 열어서 읽지도 않으시고 봉투에

넣으시면서 결혼 허락한다. 이말씀이셨습니다.

아니, 신부님 왜 안읽어보세요. 내용을... 그랬더니...엄마는 거짓말 안한다.이렿게 말씀하셨습니다.

언듯 편지속을 보니 아주 휘어진 필기체...저도 한참을 들여다봐야 하는...ㅋㅋ

남편이 사제관을 나서면서 하는 말...

아마도 신부님 영어 읽기로(읽지) 못해요 라구요.ㅎㅎ

 

어쨌든 저도 저희 가족도 사실 궁금했는데 신부님께서 시원하게 해결해주셔서 결혼하게 되었답니다.

성당에서 혼인미사 중 있었던 에피소드도 재미있는데 담에 올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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