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America

3일간 Baby-Sitter 경험했어요.

모닝뷰 2012. 5. 25. 16:20

 

한달 전 쯤에 지나 Preschool 친구의 엄마인 재클린이 자기 아들을 5월 달에 3일간 봐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한달 뒤니까 아무 약속도 없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었답니다.

지나랑 같은 오후반이어서 오전 8시 반 부터 1시까지 봐주고 학교로 데려다 주는 일이었답니다.

 

몇년 전에 아는 한국인 동생의 아기를 봐준 적이 있어요. 아기니까 기저귀 제때에 갈아주고

분유 제때에 먹이면 되는 거였는데 이번에 지나랑 같은 나이인 5살 남자아이니까

상황이 좀 달랐지요. 통상 아기나 아이 봐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다'베이비시터'라 부르니

저도 베이비시터를 한 샘이지요.

 

지나랑 동갑인 '길버트' 평소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리 얌전하고 말썽을 부리지않는 착한아이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지켜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혜나가 쫓아다니며 귀찮게 해도 짜증도 안내고 '뭐가 필요하니?'이러면서 도와줄려고 애쓰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혜나는 길버트를 아주 좋아합니다. '길버트는 착한 보이야.'

'길버트는 핸썸맨이야.' 이러면서 말이죠.

 

애들 셋을 볼려면 제가 힘이 있어야 하니까 에너지 드링크 마시러 스타벅스 갔다가 옆에 있는 '파티시티'에 가서

1불 이하의 장난감 코너로 갔습니다. 2-3개 골라도 된다고 했는데 딱 하나만 골라왔네요.

 

집에 와서 시원한 스무디가 마시고 싶다고 하더군요. 항상 얼린 딸기와 바나나가 있기에

그자리에서 뚝딱 만들어 줬는데 맛있다고 감탄을 하면서 먹더군요.

 

티비를 봐도 된다고 했는데 자기 집에 없는 장난감이 있으니 티비는 안보고 주로 블럭이나 퍼즐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우리 애들도 티비를 안봤지요.

 

지나는 벌써 여러번 만들어본 퍼즐이라 혼자서 만드는데 길버트는 처음이라

제가 도와주었는데 이걸 몇 번 같이 만들어서 그런지 오후엔 제가 피곤해서

혜나와 낮잠을 2시간씩 잤답니다.ㅎㅎ

 

지나방에서 자동차 색칠공부책을 찾아왔네요. 지나가 길버트 하라고 그자리에서 말하니

싱글벙글 좋아합니다.

 

색칠도 꼼꼼하게 잘하고....뭐든 끝나면 자기가 한 건 꼭 정리하고 다음에 필요한 걸 달라고 하더군요.

이런 습관은 우리 애들한테도 꼭 가르쳐야 할 것 같더군요.

 

퍼즐 마스터인 지나가 길버트에게 틀린 걸 고쳐주고 있구요.

 

3일 째 되던 날도 어김없이 미국 지도 퍼즐 맞추는 걸 도와줬는데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미국의 주가 어디에 있는지 거의 외우게 됐답니다.ㅎㅎ

 

혜나 입장에선 '동참'이었지만 길버트 입장에선 '방해'였을 겁니다.

제가 혜나한테 몇번 주의를 주니까 길버트 하는 말이

막무가내인 자신의 2살 여동생 보단 말도 알아듣고 훨씬 낫다고 하네요.ㅎㅎ

 

3일 째 되던 날엔 파인애플 스무디를 만들어 줬는데 너무 맛있다면서 몇번이나 감탄사를

내뱉는 귀여운 꼬마였지요.

 

집도 어지럽히지 않고 우리 애들과 싸우지도 않고 너무 편했는데 나름 남의 집 아이 돌본다는

생각에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애들 학교에 보내고 나니 피곤이 몰려오더군요.

길버트 엄마는 3일째 되던 날 선물카드를 주면서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답니다.

 

길버트가 3일 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있게 사진을 편집해서 이멜로 보내줬는데

길버트가 유익한 시간을 보낸것을 표정으로 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면서

감동받았다 하더군요.

 

 

애들이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뒷 모습을 보니 파랑, 핑크, 노랑 티셔츠의

색 매치가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