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America

샌디에고 고속도로서 경찰에 쫓기다.

모닝뷰 2011. 7. 2. 16:38

 미국서 처음으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였던 올 2월의 일을 생각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경험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이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그 때의

일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올 2월 22일 새벽 정말 무서운 꿈을 꾸고 깼는데 꿈 해몽 책을 몇권 독파한 저는

흉몽이었음을 직감했습니다. 새벽 3시에 깨서 한국에 계신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해도

안받으셔서 어찌나 맘을 졸였는지 그냥 개꿈이길...제발 아무일 없길 바라면서

아침까지 정말 뜬눈으로 보냈었답니다.

 

오늘 하루 무사히 아무일 없이 넘겨야 하니까 일단 집에 머무르기로 작정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고 또 기다린 긴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오후에 놀이방에 간 딸이이를 데리러 가야 하기에 아주 잠깐 고속도로를

운전해야 했는데 온 종일 아이들과 친정엄마 걱정에 남편 생각은 잊고 있었던 것 같아서

고속도로 진입하자 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평소 운전중에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않았던 제가 그 놈의 꿈 때문에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것입니다. 또, 차도 많이 밀려서 20마일 이하의 속도로 달리는 중이어서 안전에

대한 걱정도 없었구요.

핸폰을 들고 단축번호를 누르는 순간 옆차에서 누군가 절 응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차가 제 차 뒤로 붙으면서 싸이렌을 울리는 겁니다.

제 차번호를 부르면서 갓길에 주차하라고 몇번이나 반복해서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경찰 아저씨....

 

하지만 그때 제가 운전하는 고속도로 갓길은 좁고 뒷자석에 앉은 작은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안전한 도로 갓길에 정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출구에서 나가야 겠다

생각하면서 조금 더 운전했습니다. 그 시간이 한 20여초 정도 된 것 같은데

따라오던 경찰은 그 쪽으로 가면 또다른 고속도로라면서 빨리 서라고 더 크게

확성기로 얘기하고 아무튼 짧디짧은 그순간 저는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또, 당황하다 보니 딸아이 들려준다고 튼 음악소리를 줄이지 않아서 경찰이 뭐라고

하는지 잘 듣지 못한 것 같기도 하구요.

 

다른 고속도로 진입로와 일반도로 출구가 동시에 보이는 지점에서 일반도로로 빠져나가서

경찰의 지시대로 정차했습니다.

"서라고 했는데 왜 서지 않았죠?" "운전 중에 핸드폰 사용했지요?" 라고 경찰이 묻는데

순간 새벽에 꾼 꿈 생각이 나서 이게 그 꿈 때문이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까 벌금 내는 것 쯤으로

흉몽이 마무리 되는 거라면 다행이다 싶어서 순순히 대답했습니다.

"네, 운전중에 전화하면 안되는 데 제가 그만 실수했어요."

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하며 잘못을 인정하자 그때 부터 경찰이 친절해집니다.

영어를 아주 못하는 척 일부러 버벅거렸더니 큰 일은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없다며

원래 가려던 목적지를 가려면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안전운전 하라고

말해주고는 경찰은 유유히 떠났습니다.

 

한달 뒤에 160 달러 범칙금이 나왔는데 신호위반이나 속도위반 등의 범칙금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거라며 납부 후 스스로 위로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또, 주행 중 핸드폰 사용은 벌점부과도 없어서 자동차 보험료가 올라가지도 않는다고 하네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 할 수 있지만 당시엔 아찔했던 경험.....혹시 미국에서 운전 중 경찰이

서라고 하면 바로 서는게 좋답니다. 너무 떨지 마시고...

 

 그날 경찰한테 받은 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