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샌디에고 씨포트 빌리지(Seaport village) 라는 곳에 다녀왔어요.
미국이 불경기라고 하지만 이런 관광지에 사람들이 붐비는 걸 보면
다 그런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파아란 하늘 따뜻한 날씨 그리고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이곳 샌디에고는
아직 여름인 것 같아요.
이렇게 날씨좋고 경치 좋은 이곳에 관광객만 있는게 아니더군요.
관광객들의 관대한 씀씀이를 기대하는 홈리스들도 많이 몰려있는데
평소엔 그냥 무심코 지나쳤는데 오늘따라 예사롭게 보이지 않네요.
잔디밭 위에 파란눈에 깔깔거리면서 웃는 예쁜 아기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Beatiful baby!~~이럴 정도로 시선을 모으는 아기였어요.
6개월이 된 둘째딸과 비슷한 월령이어서 유심히 쳐다봤어요.
가족들과 소풍나왔구나 생각했는데 남루한 엄마아빠의 옷차림과
큰 트렁크 가방 두어개 그리고 옆에 놓인 박스에 기부를 바란다는
문구가 적힌 내용으로 봐선 영락없는 홈리스 였어요.
결혼전에 편모편부 슬하의 아이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볼때에
자식을 낳기 전에 부모가 되는 능력시험을 치러서 통과한 사람에게만
자녀출산을 허락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실제로 그런 아이들을 많이 봤었구요.
하지만 그런 시험으로 좋은 부모가 될 사람을 선별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그냥 혼자만의 생각으로 잊혀져 버렸답니다.
그런데 오늘 이 가족을 보니 정말 아무나 자식을 낳고 길러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빈부에 따라 아이를 낳아야 된다는 게 아닙니다.
가난해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부모가 보이면 아이들은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
부족해도 가족의 사랑으로 채워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지가 멀쩡한 부모가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지붕없는
곳에서....관광객들에게 자식을 앞세워 동정심을 얻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푼돈을 모아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홈리스는 아니었겠지만 직장과 집을 잃었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은
무수히 많은데 조금 고생하면 아이들 먹을거리를 제손으로 장만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이것이 경제대국 미국의 두얼굴인가 봅니다. 우뚝솟은 빌딩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음지엔 무기력하게 누군가가 내미는 동전 한잎에 그날의 운을 맡겨야 하니까요.
아직도 낮에 본 그 아기가 잊혀지지 않네요.
싱글 홈리스는 많이 봤지만 이런 가족 홈리스는 처음봐서 그 놀라움이 더 큽니다.
그 부모를 보면 정말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큰 게으름을 낳을 수 있기에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지만 다가올 겨울을 이겨내야 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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