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유치원생인 큰 딸 지나를 데리러 초등학교 교실로 갔다가 본 상황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답니다.
(미국은 초등학교 내에 유치원이 있어요.)
수업 마칠 시간인데 아이들이 유치원생들이 사용하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서 교실 앞에서 기다리는데
교실 안에 한 남자아이가 송곳으로 물이 든 물병을 난폭하게 찌르고 있었고 5미터 쯤 옆에는 팔짱을 낀채
지켜보는 건장한 남자 두분이 서있었답니다.
교실 바닥엔 장난감과 책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는데 한눈에 물병을 찌르는 남자아이가 한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이날 담임 교사는 병원약속으로 부재중이셔서 보조교사 두 분이서 아이들을 놀이터에 대피 시켰는데 제가 짐작한 것을
그대로 물으니 그렇다고 합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자주 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하니 교장한테 가서 시정해줄 것을 거듭 요구하라고 조언을 해주더군요.
제가 제일 먼저 도착했기에 저만 그 광경을 목격했고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등에 업고 학교를 곧 떠났습니다.
다음 날, 저와 함께 자원봉사를 해온 엄마 몇명에게 그 아이의 평소 행동에 대해 물으니 폭력성이 있고 분노 조절이
안되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그 상황을 본 것을 안 담임교사는 약을 바꿔야 하는데 기존의 약만
먹다가 아이의 분노가 극에 달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을 하시더군요.
또래보다 한살 더 많은 이 아이가 평소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급우들에게 하고 떠밀거나 때리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큰 아이에게 들었는데 폭력적인 아이를 계속 지켜봐온 아이들이 걱정이 되고 혹시 모방을 하면서 아이들이 거칠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니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네요.
오늘 학교 교장께서 저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담임교사로부터 대충 이야기를 들어서 저한테 상황 설명을 해주려고 걸었답니다.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남자 어른 한명이 항상 교실에 상주하고 있으니 다른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특수 학교로 가야 하는데 부모가 보내길 원하지 않아서 학교 측에선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말에 한숨이 더 커집니다.
그동안 꾸준히 담임교사를 도우면서 봉사 활동을 해온 저로선 말도 안되는 상황에 화가 나고 봉사를 하고 싶은 맘도 싹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끔찍히 여기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에 더 화가 나구요.
그 아이를 위해서도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같은 공간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제 생각이 틀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