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America

미국 초등학생들의 특별한 점심시간

모닝뷰 2013. 12. 15. 16:18

 

지난 몇일 동안 제 블로그를 열어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답니다.

라디오를 틀면 24시간 동안 캐롤만 나오는 채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은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 있습니다.

캐롤송 안에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 라는 가사의 구절이 있는데

저도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쇼핑에 열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곳 테네시의 초등학교의 특별한 점심시간을 소개할까 합니다.

학기 초에 맥도날드 해피밀을 들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학부모 몇분을 봤는데

도시락을 안가져간 아이를 위해 준비한 점심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저는 속으로 아무렴 학교 점심이 해피밀 보다 못할까.

해피밀을 손에 든 아빠들을 이해하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아빠들이 해피밀을 가져온 이유는 아이와 함께 특별한 점심을 하기 위해서랍니다.

매일 학교 점심 먹는 아이들에게 해피밀은 특식인 셈이지요.

 

샌디에고서도 그랬고 이곳 테니시도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자녀들과

함께 점심을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허용하고 있답니다.

장난감 등 값비싼 선물만이 선물은 아니지요. 아이들에게 부모와 함께 하는 학교에서의 점심은

큰 선물이자 감동 그 자체라고 합니다.

 

두달 전 아침, 지나가 아빠에게 크게 혼난 적이 있답니다.

시무룩하게 학교로 간 지나를 본 남편은 마음이 아픈지 표정이 좋지 않았답니다.

그날 점심 시간에 남편은 지나를 위해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아빠가 나타나자

너무 좋아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도 아침에 혼낸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하더군요.

 

 

혜나반에서 자원봉사가 있는 날이어서 오전에 혜나반에 갔답니다.

 

20분만 기다리면 지나가 식당에 오니까 좀 기다렸다 지나랑 점심을 먹기로 했답니다.

혜나 반에서 만든 걸 테이블에 놓고 기다리는데 지나반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제 앞에 앉더군요.

이미 제 얼굴을 아는 아이들이 자기도 데려가서 같이 먹게 해달라고 조르더군요.

 

"이 쿠키집이 오늘 지나 후식인가요?"

"젤리랑 마시멜로우 정말 맛있겠어요."

 

학부모가 찾아오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단상 위 테이블로 가서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한답니다.

물론 다른 부모들이 오면 길쭉한 테이블에 다같이 합석을 하게 되구요.

 

 

아이의 생일이거나 특별한 감동을 주고 싶은 날 부모들은

이렇게 자신의 자녀와 특별한 점심을 한답니다.

 

지나반의 아이가 가져온 점심이네요.

다 일회용을 사용해서 그게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지나가 가져온 점심....칠리 수프를 쏙 뺐네요.

 

제가 보기엔 허전해 보이는데 지나는 맛있게 잘 먹네요.

엄마가 와서 함께 먹으니 살짝 들떠서 싱글벙글 웃습니다.

 

앞집 소녀 조엘....지나의 절친이라 함께 단상위로 데려와서 먹었답니다.

 

제가 배식 코너 가서 이날 메뉴에 나온 것을 다 받아왔답니다.

아이들은 2불 25센트를 내고, 교사와 학부모는 3불 50을 내고 먹는답니다.

 

40분의 식사 시간이 끝나자 지나가 서두르네요.

"엄마, 우리반 애들 저기 줄섰어. 나도 지금 가야돼."

 

지나가 이렇게 좋아하니 앞으로 가끔 가서 함께 점심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 보다 약간 높은 단상 위에서 먹으니 그게 더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학교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니

더 깊은 대화도 오가는 것 같아서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