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America

위기에 빠진 나를 구한 한국차

모닝뷰 2012. 3. 30. 15:08

 

 한국차가 어떻게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할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타는 한국차 덕분에 제가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년 반 전의 일이네요. 이곳 샌디에고로 이사온 지 두 달 쯤 되었을 때 쇼핑몰에서 한국인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저한테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셔서 드렸는데 이틀 뒤에 전화하셔서

지금 제가 사는 동네로 가고 있으니 30분 뒤에 나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둘째가 생후 100일 무렵이었고 소아과 약속이 잡혀 있어서 안됩니다 했더니 다음날 저희집

근처 쇼핑몰에서 만나자 해서 만났습니다.

 

첫 만남 부터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약속잡기로 기분이 언짢은 상태여서 그분과의

만남이 썩 내키지는 않았답니다. 처음 만난 저에게 점심을 사주신다 해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제 차 뒷자석에 선물이라며 쇼핑백에 담긴 걸 놓고는 도망치듯 떠나셨습니다.

쇼핑백을 열어보니 피라미드 판매방식의 유명회사 제품인 세탁세제 한팩과 주방세제 한통이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씀 아버지께서 자주 하셨는데 왜 그분이 저한테 점심을 사시고 선물까지 주셨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일주일 뒤에 그 분의 전화를 다시 받았습니다. 빚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대접받은 식사도 갚고

선물이라며 주신 그 물건도 돌려드려야 겠다고 맘 먹고 그 분과 다시 만났습니다.

같은 초밥집으로 갔는데 저보고 맛있는 거 주문하라 하시고 그 분은 캘리포니아 롤을 시키시더군요.

저도 같은 걸로 주문했는데 제가 계산하려고 하니 이미 그 분이 다 계산하셨더군요.

돈을 드린다 해도 안받으시고 제가 참 불편했습니다. 이렇게 식사 대접을 받으면 미안해서라도

아주머니께서 파시는 걸 제가 사야 할 수도 있겠다 싶으니 점점 긴장되고 불안해졌습니다.

 

그 초밥집으로 이동할 때 아주머니께서 기름값도 아낄겸 차 한대로 같이 움직이자 하셔서 그분이 제 차를

탔었는데 식사 후 그분을 그분 차까지 모셔드려야 하니 제 차를 타셨습니다.

"현대차 좋아요?" 하고 물으시는 아주머니...."아! 네, 그냥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차 타는 거에요." 했더니

"내 주변에 한국차 타는 사람 아무도 없던데...." 그분 얼굴에서 실망스러운 기색을 봤습니다.

미국에 사시는 많은 한국인들이 차로 사람을 평가 하시던데 그분도 그런 분이셨습니다.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남편한테는 미안하지만 연기를 좀 했습니다.

애들도 아직 어린데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해서 고민이 많다. 사는 게 쉽지 않다는 투로

연기를 한 다음 도착 후 그 분이 주신 선물을 돌려 드리면서 이런 거 살 형편도 안된다 했더니

알겠다며 재빨리 받아서 뒤도 안보고 떠나셨습니다.

 

제 주변에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데 모두들 토요다, 혼다, 닛산 등의 자국차를 타는데 제가 만약

한국차를 안타고 일본차를 타고 다녔더라면 참 부끄러울 것 같았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차 타는 이유는 더 있는데 오빠가 한국에서 자동차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서 한국차를 신뢰하고,

합리적인 가격, 친절한 서비스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서비스 불만을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다 하던데

이곳 미국에선 현대 자동차의 서비스가 정말 좋거든요.

2년 전 토요타 자동차 사태 이후 반사이익을 얻은 한국 자동차.....이곳 미국 도로에서 요즘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밥솥은 애프터 서비스 때문에 일본밥솥 쓰지만 자동차 같은 큰 소비재의 경우 한국차를 이용하면 고국에 약간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미국사는 한국 아줌마랍니다.